마인드셋

치열한 이주자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뚱뚱재키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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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그동안의 나태했던 나를 반성 하면서 이 글을 공유합니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에서 받아 보던 글 중의 하나입니다.

 

이주자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이들은 말끔한 옷차림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트랩을 내려와 새로운 땅에서 성공을 구가하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붐비는 배의 화물칸에 몸을 싣고 이 땅에 도착했다.
또한 대부분은 영어를 하지 못했으며, 설령 영어를 한다 해도 사투리 아니면 특이한 억양으로 어설프게 구사했다.

새로운 땅에 도착한 이주자들은 자신의 무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태도야말로 지식 습득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들은 언제라도 질문을 던지고 듣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었으며,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새로운 언어를 모르는 이주자들은 뉘앙스와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의미는 말이 아닌 사람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셈이다.
협상분야의 전문가인 허브 코헨은 '이주자'의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주자의 감각을 이용하면 우리가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으며, 도전정신도 고취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협상자뿐 아니라 경영자나 리더, 부모, 친구로서의 능력과 효율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얘깁니다.

'토박이'와 달리, '이주자'는 대부분 가져온 것도 별로 없고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한 '이방인' 같은 존재입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환경을 파악하려 최선을 다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미국 건국 당시 이주해온 유럽인들, 미국으로 이민간 한인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월남, 한국에 정착한 '해방촌 사람들'...
여건은 토박이들보다 불리하지만, 이런 이주자들의 성공비율은 오히려 토박이들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자, 이방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가져야 했던 치열한 자세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주자'의 경험을 여러번 합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입사한 첫 직장의 사무실, 초등학생 생활 6년을 마감하고 입학한 신입생 시절의 중학교, 자대배치를 받아 더풀백을 메고 들어선 첫 부대...
생소한 공간, 어색한 친구와 동료들, 처음 보는 선배들로 몸이 굳는 것을 느끼면서, 얼마전까지 내가 '토박이'로 지냈던 대학 캠퍼스나 초등학교 교실, 집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의욕적으로, 또는 어쩔 수 없이, 긴장속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초기에 긴장하고 집중하며 주변 상황을 '스폰지' 처럼 빨아들이던 나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이런 '이주자의 자세'를 잊어갑니다.
점차 토박이가 되어가면서 편안하고 안일한 것만 찾게 됩니다.

이주자의 생활은 언론인을 연상케 합니다.
언론인 생활이 갖는 장단점이 많지만, 다양한 이주자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입니다.
기자는 대개 1~2년마다 담당분야(출입처)가 바뀝니다.
어제까지 증권을 담당했던 기자가 전날 저녁의 출입처 변경조치로 오늘부터 갑자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담당하게 됩니다.
같은 경제부이긴 하지만, 분야는 완전히 다릅니다. 내용도, 용어도, 만나는 사람도 완전히 다릅니다. 
'유예기간', '적응기간' 같은 한가한 단어는 없습니다. 그날부터 정부정책에 대한 기사를 써내야 합니다.

처음 와본 과천 재정경제부 청사. 관료문화라는 생소한 분위기, 익숙하지 않은 거시경제 관련 용어들... 주눅이 드는 것도 잠시. 생존을 위해 담당 공무원을 만나고, 과거 자료를 정독하고, 관련 서적을 읽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나의 '무지'를 잘 알기에, 겸손하며 언제든 "가르쳐달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경제관료의 문화를 모르기에, 그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이 발표하는 정책 뒤에 숨은 진짜 의미를 파악하려 애씁니다.
이렇게 '이주자' 생활을 한 달 두 달 하면, 어느정도 이 분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토박이'의 자세로, 느긋하게 했다면 일 년도 넘게 걸릴 일입니다.

물론 자주 전학을 가고, 직장을 옮기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안일한 '토박이'의 자세를 버리고 나에게도 언젠가 있었던 치열한 '이주자'의 자세를 되살려보자는 겁니다.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설사 내가 가만히 머물러 있고 싶어해도, 급변하는 시대가 나를 '토박이'로 가만이 놓아두지 않습니다.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자수성가한 북한 출신 실향민들, 긴장 속에서 모든 것을 몸으로 배우는 신입사원이나 신입생, 신병들.

그런 '이주자의 치열한 자세'를 항상 견지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을 배우고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열함이 성과를 가져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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